님은 평소에 주로 어떤 자세로 지내시나요? 얼마전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글쎄 에디터 카밀은 집에서도 주로 앉아있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집에서는 8~90% 이상 누워있거든요. 침대가 아니면 소파, 그것도 아니면 바닥에… 갑자기 웬 자세 이야기냐고요? 오늘 소개할 공간, 서촌의 한옥 스테이 ‘누와’를 떠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누워’있는 생활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거든요. ‘와유를 누리다’라는 제법 멋진 뜻을 담고 있는 ‘누와’. 우리 조상님들도 저처럼 방구석 랜선 나들이를 즐기셨던 걸까요?😎 ‘와유’는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으로, 집에서 명승이나 고적을 그린 그림을 보며 즐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래요. 

요즘 북촌과 함께 다시 핫해지고 있는 동네 ‘서촌’에 위치한 ‘누와’는 굵직하고 임팩트 있는 공간들을 선보여 온 공간 디자인 그룹 지랩이 만들고, 스토리 중심의 파인 스테이를 큐레이션하는 플랫폼 ‘스테이폴리오’가 선보인 스테이폴리오 오리지널 시리즈인 ‘지스테이’ 공간 중 하나예요. 지랩이 진행 중인 ‘서촌유희’라는 이름의 ‘수평적 호텔’ 실험의 일부죠.  

도심의 야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루프탑 라운지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멋진 나…를 상상해보신 적 있나요? ‘호텔’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으리으리한 고층의 수직적 건물을 떠올려요. 그런데 지랩이 호텔 안에서 수직적으로 존재하던 공간과 시설들을 마을 곳곳에 흩어둠으로써 마을 전체가 수평적인 호텔이 되도록 만드는 흥미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거예요❗

호텔을 수직으로 오고 가며 이용하는 행위에서 벗어나 마을 곳곳을 수평적으로 돌아다니며 경험하고 즐기는 ‘수평적 호텔’ 식의 여가 문화로 전환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해요. 그 과정에서는 커뮤니티, 즉 동네의 매력적인 공간을 연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요. 누와 외에도 매달 하나의 책을 깊이 있게 소개하는 책방 ‘한권의 서점’, 여러 분야의 창작자가 모이는 배움 공간 ‘서촌창작소’, 친환경 제품을 모아 놓은 편집 매장 ‘서촌도감’ 등의 공간들이 이 ‘서촌유희’ 프로젝트에 포함되어 있어요.

시간의 나이테를 촘촘히 간직한 동네 서촌 누하동. 성인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너비의 골목, 징검다리처럼 바닥에 놓인 돌을 하나하나 밟으면 나무로 만들어진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열 평 남짓한 스테이, 누와가 나타나요. 만월처럼🌕 둥근 창 너머로 바스락 소리가 날 것만 같은 새하얀 서양식 침구를 품은채로. 분명 고요하고 한적한데, 강렬한 첫인상이에요. 오묘하고 이질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죠. 도심 속에서 고작 몇 발자국 떨어졌을 뿐인데, 아주 작은 마당에 더 작은 연못과 나무가 심긴 정원이 있고, 통유리창이 있는 한옥이라니!

실내 면적으로만 계산하면 일곱 평 정도 되는 이 소담한 한옥은 바쁜 일상 생활에서 누리지 못한 풍류를 즐길 수 있도록 산수, 다도, 독서, 숙면, 목욕이라는 ‘와유’를 기반으로 한 다섯 가지 테마를 담고 있어요. 2인까지 수용 가능하지만 기획 단계에선 1인을 위한 공간으로, 풍류를 현대화해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셈이에요. 대문 너머의 작은 정원에서 단풍나무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한옥 안으로 몸을 옮겨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실 수도 있고, 근심 걱정일랑 문 밖 속세로 떠나보내고 오래된 나무 책꽂이에서 얇은 책 하나를 꺼낸 다음 포근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책을 읽다 곤히 잠들 수 있어요.

누와는 그 이름의 글자 그대로 바닥에 기반한 공간 연출을 보여주고, 사용자로 하여금 분명한 행위를 유도해요. 공간이 제안하는 풍류를 온전히 즐기다보면 어느새 뻣뻣하게 굳었던 목덜미가 흐늘하게 풀어지고, 마음이 말랑하고 따뜻해지죠. 와유를 거쳐 만나는 여유, 넉넉한 마음으로 이 거칠고 험한 세상을 좀 더 부드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달까요?☺️

공간을 구성하는 오브제 하나하나에도 엄청난 내공이 느껴졌어요. 단정하고 하얀 벽을 가로지르는 옷걸이와 전통적인 재질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룸웨어, 선이 고운 달항아리가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취를 만들어내죠. 비밀스레 숨겨진, 필요 이상으로 아름다운 식수대와 공간의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한 원목 테이블과 다기, 욕조의 배치는 또 어떻고요? 욕조에 목욕물을 받으면서 차를 내려 마시면🍵, 졸졸 물이 흐르는 계곡에 와 있는 기분일 것 같더라고요. 이런게 신선놀음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결국 조상님들이 말한 ‘와유’가 현대의 우리가 즐기고 있는 호캉스, 혹은 스테이케이션과 똑 닮아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몸에 힘을 빼고 누워서 쉬며 놀며 여유를 찾고, 마음을 넓히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충천하는 것!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업무와 여행의 중간에 해당하는 근무 형태인 워케이션(Workation)이 도입되면서, 최근 주 4일 근무제도 정착을 통한 ‘확장된 주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죠?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높은 업무 효율을 얻으려면 휴식과 영감을 위한 재충전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누와, 그리고 동네 향유 서비스 ‘서촌유희’는 이러한 사회적/시대적 변화 속에서 숙박 경험의 확대와 지역 재생이라는 양대 축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번 공간이야기는 김예람 객원 에디터의 글과 the blank_ 편집팀의 사진으로 구성했어요. 특히 김예람 에디터는 이번 원고에서 누와를 중심으로 스테이폴리오와 지랩이 펼쳐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다뤘는데요! 더 많은 사진과 글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전문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누와를 기획하고 만들어낸 스테이폴리오에 대해 알아볼까요? 검색량이 1년 사이에 약 2배가 오를 정도로 스테이폴리오의 인기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요. 특히 7월 휴가철과 12월 연말에 많은 검색량을 기록했네요!📈 

스테이폴리오가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요? ‘2022 트렌드 코리아’에서 선정한 키워드인 ‘내러티브 자본’에서 답을 찾아봤어요. 소비자들은 제품이 아니라 이야기에 담긴 경험을 산다고 해요. 바로 내러티브 전략에서 자본이 움직이는거죠. 스테이폴리오 숙소들이 갖고 있는 각각의 이야기와 그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가치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요.

스테이폴리오만의 큐레이션과 숙소 접근 방식, 스토리텔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여백의 보관함, 이상묵 대표 인터뷰에서 읽어보실 수 있어요! 😉

리뷰에는 또 일가견이 있는, 콘텐츠 맛집222 디에디트에서도 누와를 리뷰했어요. 디에디트 특유의 친근한 문체로 누와 속에 녹아든 갖가지 디테일들을 중점적으로 짚어준 콘텐츠예요. 방문 전에 보시면 에디터B님의 예리한 눈썰미 덕분에 누와를 몇 배 더 즐겁게 누릴 수 있을 거예요😘 (클릭)

요즘 서촌과 북촌 핫한거 다들 알고 계시죠? 특히 종로구 런던동을 탄생시킨 런던 베이글 뮤지엄… 보통 각오 없이는 먹을 수 없다는 전설의 웨이팅이 필요한 핫플 중에 제일 핫플! 오마이뉴스에서 종로의 부흥 원인을 분석했어요. 아날로그와 트렌디한 감성의 결합,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는 MZ세대의 니즈, 음식과 전시/역사/문화까지 한 큐에 즐길 수 있는 지역적 특색 등을 이야기하네요! 그나저나 기사에서 소개한 공간들만 방문해도 종로 나들이 #가능 이겠는데요?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