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테라리움에 대해 알고 계세요? 라틴어 ‘terra(땅)’와 ‘arium(공간)’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유리 용기 안에 식물과 흙으로 꾸린 작은 생태계를 의미해요. 그런데 세상에, 성수동에 사람도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테라리움이 들어섰어요! 언제나처럼 SNS 피드를 둘러보는데, 마치 숲 하나를 통째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신비로운 공간✨에서 찍은 인증샷들이 눈에 띄었어요. 어느 숲이 핫플이 됐나? 싶어서 장소 태그를 봤는데 ‘섬세이 테라리움’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인생샷’ 태그를 달고 공간은 점점 더 뜨거워졌죠.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서 당장 찾아가고 싶었는데, 거의 한 달치 예약이 꽉 차 있는 거예요 글세. 이런 핫플을 내가 모르고 있었다니, 분한(?) 마음으로 한참을 기다렸다 다녀왔어요.

섬세이 테라리움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섬세이가 기획한 체험형 전시 공간이에요.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연이 만약 사라진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미래(무섭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르는😥)의 어느 날 자연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테라리움처럼 인공적인 대체 자연을 통해 잃어버린 자연과 자연으로부터의 감각을 그리워하겠죠? 인공 자연을 감각하고 경험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하는 섬세이 테라리움의 기획의도가 신선했어요.

관람객들은 건물 전체를 돌면서 층마다 구성된 인공 자연을 체험할 수 있어요. 이름처럼 건물 전체가 테라리움으로 만들어진 거죠. 님 혹시 산에서 맨발의 등산객들을 보신 적 있나요? 제가 다니는 산에서는 맨발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산 속을 누비는 고수분들이 많아요. 유리조각이라도 있을까봐 보는 제가 다 조마조마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멀어지시는 멋진 분들… 자연의학에 따르면 맨발 걷기는 자가 면역 증진에 효능을 보인대요. 얼씽(earthing)이라고도 하죠. 섬세이 테라리움에서는 관람객이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로 전시를 관람해요. 바깥에서 맨발로 움직이니 촉각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이 더 예민해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지하1층부터 4층의 루프탑까지 총 5개 층을 차례로 돌며 전시를 관람하고, 지상으로 올라가면서 관람객의 감각도 함께 확장됨을 의도한 공간 구성이 멋지다고 느껴졌어요.

‘평범한 도심 속 건물 안에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고???’ 물음표 여러 개가 떠오를 이 공간에서 주목할 점이 하나 더 있어요. 보일 듯 말 듯 감춰져 있지만, ‘맨발’이라는 컨셉에 따라 관람객 누구나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섬세이의 제품! 섬세이는 잠재 고객에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제품에 대한 근사한 경험을 선물해요. 1시간 이내로 진행되는 전시 관람 내내, 섬세이의 제품을 만나는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요. 섬세이 테라리움은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에 집중해서, 이를 경험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공간이에요. 제품은 맨 뒤로 숨겼죠. 브랜드가 스스로를 잠재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다양한 방식 가운데 섬세이는 ‘은밀하게, 그러나 친근하게 전략(🙄: 그런전략없음,,,)'을 선택했어요.

섬세이 테라리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이 곳은 브랜드가 자신들의 메시지에 얼마나 진심인가를 잠재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영리한 브랜딩 그 자체란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줌과 동시에, 단 하나의 아이디어(맨발)로 일반적인 쇼룸이었다면 불가능했을 ‘모든’ 방문객의 제품 경험을 유도해낸 것. 게다가 컨셉에 진심인 브랜드가 만든 완성도 높은 이 공간은 앞으로 관람료 외에도 타 브랜드와의 협업, 대관 등으로 또 하나의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숲 근처에 위치한 섬세이 테라리움! 저 여백의 리얼 후기와 이용 안내, 예약 방법들을 담아봤어요! 이 글만 읽어보신다면 섬세이 테라리움 방문 준비 완료😎 그리고 섬세이 테라리움과 비슷한 체험 전시 추천도 있어요. (클릭)

섬세이 공식 채널에 가시면 아름다운 숲의 온도, 습도,,,가 아니고 햇살과 바람, 냄새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고퀄리티의 영상을 보실 수 있어요. 1분 내외의 짧막한 영상 5개가 시리즈인 것 같은데, 출퇴근길 틈새 힐링하기 아주 딱이에요.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은…(못 믿겠으면 클릭)

금손이 아니라고 포기할 수 없죠. 제가 좋아하는 식물 브랜드 ‘내추럴리내추럴’에서 테라리움도 제작해주신대요. 매장에 방문했을 때 카운터에 있는 테라리움에 영혼을 빼앗겼던 적이 있거든요. 그 테라리움 작업기가 사진으로 올라왔어요!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