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브랜딩의 시대예요. 제품도, 회사도, 콘텐츠도 심지어는 개개인마저도 브랜딩이 필요한 세상이죠. 공간도 예외는 아니예요. 오늘 소개할 성수동의 LCDC SEOUL은 공간 브랜딩의 모범사례라고 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자그마치부터 오르에르, 포인트오브뷰 등을 잇따라 선보인 ‘성수동의 개척자’의 손에서 탄생한 새로운 공간이에요. 지금의 성수동이 탄생하기까지 변화를 이끌어온 주역, 디자인 기획 컴퍼니 아틀리에 에크리튜의 김재원 대표가 총괄 디렉터를 역임해 탄생시킨 복합문화공간이죠. 

아마 ‘성수동 좀 다녔다’ 한다면 너무 익숙할 그 이름, ‘연무장길’을 가운데 두고 동서로 나뉜 성수동! 하루가 다르게 뜨거워지는 서쪽에 비해 동쪽은 비교적 잠잠했는데요. ‘캉골’과 ‘헬렌카민스키’로 유명한 패션 기업 에스제이그룹이 김재원 대표와 함께 LCDC SEOUL로 연무장 이스트 시대의 포문을 열었어요. 자동차 수리점과 신발 제조 공장을 리노베이션 했고, A/B/C 3개 동에 걸쳐 연면적 500평에 달하는 성수동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했어요. LCDC는 Le Conte Des Contes,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래요. 이들은 LCDC SEOUL을 이름처럼 ‘이야기’를 위한 공간으로 촘촘하게 기획하고 브랜딩했어요.

공간의 변화는 이야기의 전환을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와도 같아요. 나도 모르게 책장이 넘어가는 흥미진진한 동화책처럼 LCDC SEOUL 의 공간은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매끈하게 페이지를 넘기도록 만들죠. 김재원 대표는 LCDC SEOUL의 건물에도 이야기의 구조를 담았어요. 방문객들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들어온 것처럼 공간 속의 공간들을 넘나들게 돼요.

A동 1층엔 낭만과 세월을 간직한 빈티지 엽서, 우표, 카드 등이 가득한 카페 ‘이페메라’와 뮤직 룸이 자리하고 있어요. ‘이페메라(Ephemera)’는 ‘하루살이, 대수롭지 않은 물건’등을 지칭함과 동시에 쓰임을 다한 후 수집품이 되는 아이템들과, 그것을 수집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해요. 장장 200여개에 달하는 김재원 대표의 개인 콜렉션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이페메라들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감 있는 공간이더라고요.

조용하지만 소란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여행 관련 수집품 사이를 한가하게 헤매다 보면 거친 질감의 철판으로 만들어진 이질적인 무드의 계단을 만나게 돼요. 이 나선 모양의 계단을 따라가면 우리는 순식간에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체험 #가능!

2층은 SJ그룹이 새롭게 런칭한 패션 브랜드이자, LCDC SEOUL의 출발점이 된 르콩트드콩트의 편집샵으로 이뤄져 있어요. 1층과는 또 다른, 메탈릭한 무드가 분위기를 환기해주고요. 모자와 신발, 시계 등의 잡화를 포함한 의류와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 고가의 귀금속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취급하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론 LCDC SEOUL에서 통장이 제일 위험해지는 공간이었죠😂

경계 없이 펼쳐지는 1,2층의 공간을 지나 3층에 도착하면 이번엔 좁은 복도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Doors라 이름 붙여진 이 공간에선 복도를 걸으며 양쪽으로 늘어선 방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브랜드의 이야기가 시작돼요.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 속 여러 등장 인물들의 세계를 연결하는 문에서 콘셉트를 가져왔대요.

님은 인센스 좋아하시나요?😳 저 여백은 인센스에 관심이 많아서 인센스 스틱으로 ‘오이뮤’란 브랜드를 알게됐는데요! 3층 Doors에 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이뮤를 비롯해, 문구 브랜드 Yoanna, 펜팔 서비스와 아름다운 편지지 등으로 유명한 편지 덕후들의 성지 ‘편지가게 글월’ 등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스몰브랜드 6곳과 1개의 팝업공간이 우리를 새로운 이야기로 유혹해요.

4층엔 이름부터 또 하나의 ‘이야기’인 콘템포러리 바, BAR PostScript(bar.ps)가 있어요. 편지 끝에 추신 없으면 괜히 서운한 사람 나야 나… 바 포스트스크립트는 마치 긴 편지를 갈무리하는 추신처럼 묵직한 분위기의 공간이에요. 여기서 술 마시면 금방 취할 것 같은 느낌… 뭔지 아시죠? 무알콜 칵테일 마셔도 분위기에 일단 취할 것 같은… 나는 알콜Free 근데 취해🎵 이 외에도 LCDC SEOUL 오프닝 데이에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졌던, 탁 트인 하늘을 품은 중정과 B동의 팝업 전용 공간 DDMMYY, 르시뜨피죤이 2개 층에 걸쳐 입점한 C동까지 공간 전체를 디테일하게 보려면 넉넉히 반나절은 걸리겠다 싶더라고요.

‘이야기’라는 깊고 넓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키워드를 단단한 구심점으로 완성된, 마치 크고 작은 이야기로 쌓아 올린 한 권의 동화책 같은 공간 플랫폼 LCDC SEOUL❗탄탄한 기획력과 오랜 시간 연마한 감각,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테일이 만들어낸 퀄리티, 그리고 이를 스토리텔링하는 브랜딩. LCDC SEOUL을 주목해야 할 이유를 꼽자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 거예요.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이제 막 첫 챕터를 넘기기 시작한 LCDC SEOUL,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실래요?

이번 공간 이야기 ‘LCDC’편은 김지영 객원 에디터의 글과 더블랭크 편집팀의 사진으로 구성했어요.

더불어 복합문화공간을 이용한 사람들은 카페를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다양한 볼거리를 보고 나서 카페에 앉아 후기를 나누는거죠. 카페가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는거예요. LCDC는 건물 내부의 원형 계단을 통해 공간 이용자들이 다른 공간에서 1층 카페인 이페메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2층에서 옷을, 3층에서 소품을 구매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카페로 올 수 있도록요. 이야기의 각 챕터가 연결되고 확장되게 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기능적으로는 공간 이용자들의 동선을 주도하는 거죠. 복합문화공간 내 카페는 흔한 공간 구성이지만, 이런 장치들이 LCDC만의 치밀함과 섬세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LCDC SEOUL을 탄생시킨 김재원 총괄 디렉터가 2018년 오픈한 소품샵 ‘오르에르 아카이브’ 이야기예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집한 빈티지 소품들이 가득한 공간을 사진과 짧은 단상이 담긴 글로 담아봤어요. 오르에르 아카이브는 김재원 대표가 만든 또다른 공간, 카페 오르에르와 문구점  포인트오브뷰가 입점한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어요. LCDC SEOUL 가는 날 함께 들러야 할 코스, 벌써 나왔죠?(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