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 빌런과 함께한 지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는데요😂 일도 집에서, 휴식도 집에서, 놀이도 집에서 하다 보니 집의 역할이 백스물한가지 정도쯤 되는 것처럼 느껴 지기도 해요. 당연히 방도 백스물한개 있었으면 좋겠고요!(가끔씩 내 방 백스물한개 있다면 어떻게 꾸밀지 인테리어까지 끝내 놓고 친구들 초대하는 상상까지 하는 흔한 F… 🙄)

이렇게 주거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다보니, 여행을 가서 머물게 되는 숙소 혹은 머무는 것 자체가 목적인 스테이케이션 등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의 경험이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카페나 음식점 같은 상업 공간이 아닌, 주거를 목적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최소한 하루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실제로 생활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낯설고 새로운 공간 분리나 가구의 구성과 배치, 공간의 규모와 입지 같은 것들이 나와 얼마나 잘 맞는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인 셈이죠.   

서울 종로에 위치한 ‘A better place(어베터플레이스)’는 문석진 디자이너를 필두로 생활의 편리와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고, 한국(특히 서울)의 주거 문화와 공간의 특성을 분석해 더 나은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안을 하는 주거 공간 브랜드 ‘유즈풀 워크샵’이 선보인 첫 번째 공간이에요. 이름처럼 ‘더 나은’ 주거 환경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선보이게 된 첫 번째 실험작인 셈이죠. 유즈풀 워크샵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주거 환경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어베터플레이스’에 고스란히 담겼어요. 🤓

이번 편 공간이야기 원고를 담당한 김예람 객원 에디터는 “그들의 작업은 근미래 주거에 대한 상상에서 비롯됐다는 것 말고도, 제안하는 생활 솔루션을 주거가 아닌 숙박시설 안에서 보여준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상적인 주거환경을 본격적으로 아파트에 적용하기 전에, 사람들이 디자인 아이디어를 체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만들어 가능한 많은 피드백을 수집하기 위한 방법인 듯하다.” 고 이야기 하네요.

체크인을 위해 공간을 찾다 보면 ‘나 오늘 곱창 먹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눈 앞의 곱창집 간판에 동공 지진이 일어나는데요. 여기서 당황하지 않고 약간만 시선을 돌려보면 엘리베이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어요. ‘어베터플레이스’가 위치한 4층 버튼은 허락된 자들(숙박객)만 누를 수 있죠. 김예람 객원 에디터는 이를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 버튼은 먹자골목에서 유흥을 즐기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방문을 미연에 방지하는 장치이자, 숙소를 예약한 사람이 혼잡스러운 골목으로부터 분리된 세계로 향하는 듯한 기분을 가지게 만드는 매개체다.” 라고 표현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회색 철문에 웰컴 사이니지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죠. 문을 열기 전에는 심호흡을 하셔야 해요. 방금 전까지 지나왔던 먹자골목 바이브와는 너무 다른 시공간🤩이 펼쳐지거든요. 

내부로 들어서면 직사각형의 단순하고 익숙한 구조이지만, 아주 신비롭고, 따뜻한 인상을 주는 공간이 나타나요. 김예람 객원 에디터에 따르면, 어 베터 플레이스의 공간 구성이 아파트 평면의 원형을 디자인의 근간으로 삼았기 때문에 우리가 처음 이 공간을 마주했을 때 기시감이 느껴진다고 해요. 그리고 어 베터 플레이스의 다이닝과 침실을 구분하는 불투명한 이동식 중문은, 1945년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집합 주거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장방형 주거 유닛이 상황에 맞게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구분되는 것에서 착안해 설치됐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어 베터 플레이스엔 아주 유니크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는, 모듈식으로 설계된 벽들이 있는데요. 언뜻 보기엔 그냥 벽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기능을 숨기고 있어요. 수납을 비롯한 플러그와 USB 포트, 심지어는 환풍기까지! 맥시멀리스트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너란 노란 벽… 모듈식이어서 자유롭고 유연하고, 언젠가 꼭 필요할 것 같아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물건들을 완벽하게 가려줘서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유지할 수 있어요. 너무 반짝이고 똑똑한 아이디어라 한참동안이나 내부를 돌면서 벽 속에 숨어있는 것들을 찾아다녔지 뭐예요? 이 모듈식 벽 시스템을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신선했어요.(대왕호들갑…그치만 진짜라구요😅)

어 베터 플레이스의 넓게 펼쳐진 노란 벽을 마주하면 금세 차분하고 고요해져요. (방 벽지 색깔로 노란색,,, 좋은데? 싶더라고요💛) 바깥 세상과 완전하게 단절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만큼 이요. 극도로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사용자의 경험을 설계했다는 것이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죠. 생각보다 더 넓고 쾌적하고, 사진만큼 예쁜, 아주아주 정갈하고 깔끔하고, 세련된. 그런데 심지어 편리하기까지 한 어메이징한 공간! 

'2~3년 이후라는 가까운 미래의 주거 환경은 어떨까?', '더 나은 주거를 위해서는 무엇이 변화해야 할까?' 같은 고민들에서 출발해 어 베터 플레이스로 우리에게 반짝이는 제안을 하고 있는 유즈풀 워크샵! 어 베터 플레이스에서 머물러보면서, 어떤 점이 좋았는 지, 왜 어 베터 플레이스는 이런 공간이 되었는지, 나에게는 어떤 부분이 잘 맞았는 지 고민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

네이버 디자인 프레스에서 총 두 번에 나눠서 어 베터 플레이스를 소개했어요. 유즈풀 워크샵의 문석진 디자이너의 디자인 철학과 어 베터 플레이스를 준비하고 전개하는 과정에 대한 인터뷰가 담겨있어요. 모듈러 월 시스템에 대해 “살아갈 때 필요한 행동을 9가지로 나누고,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대목이 무척 흥미로워요.(클릭)

어 베터 플레이스 근처에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지난해 11월 개관해 제7회 한국문화공간상을 수상하기도 한 ‘서울공예박물관’ 소식을 가져왔어요. <자수, 꽃이 피다>를 포함한 총 여섯 개의 상설 전시와 <한미금속공예워크숍 '86→'22> 를 비롯한 세 개의 기획 전시가 진행되고 있네요. (클릭)